시골경찰 울릉도 칡소 재래한우 박목월 얼룩송아지 젖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그게 칡소도 아니다.

Posted by Exocet✔ 낯선공간
2018.05.30 03:22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차 겸손해집니다.

어렸을 때 그렇게 자연과 식물 동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살았음에도 금계국을 나이 40에 들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팝나무 배롱나무 회화나무에 대해서도 나이가 한참 든 뒤에야 알게되었기 때문에 내가 참 많이 안다고 여겨도 여전히 몰랐던 것이 많구나 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가만 돌이켜 생각하면 과연 나만 그랬을까? 하는 의혹이 드는 것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몇 년 전에는 칡소라는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죠.

오늘 시골경찰3 울릉도 편을 보다가 울릉도 칡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다시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봅니다.

여전히 칡소에 대해서 모르거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몇년전 처음 칡소가 한우의 일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는 너나할 것 없이 아무런 반론도 여과도 없이 진실로 받아들이면서 근거를 찾아 갖다 붙였습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라는 노래로 친숙한 박목월 시인의 얼룩송아지는 사실 젖소가 아니라 칡소다라는 이야기는 아직도 정설로 통용됩니다.

박목월이 이 시를 지은 1930년대에 젖소는 현대의 칡소만큼이나 보기 힘들었던 시기이니 박목월이 젖소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글이 부연설명으로 따라다닙니다.

얼룩무늬 젖소로 유명한 홀스타인 종의 소가 1970년대 이후에나 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일제시대에는 젖소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한반도에 얼룩무늬는 아니지만 젖소가 들어온 것은 1885년 저지종 젖소가 이미 들어와 있었습니다.

저지종 젖소는 갈색 단색종이라 얼룩소와는 거리가 멉니다.

1930년대에 이미 집으로 우유를 배달할 정도로 우유는 대중화되었습니다.

당시 신문기사에 우유배달원이 우유대금을 수금해서 횡령했다는 기사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당시 조선에 일본에서 들여온 젖소를 포함해서 1300두 이상의 젖소가 있었습니다.

젖소는 저지종 홀스타인종만 있는게 아니죠 에이셔 종도 있습니다.

에이셔종 젖소는 검정 흰색 얼룩은 아니지만 얼룩소입니다.

물론 박목월의 시대라면 얼룩무늬 젖소보다는 칡소가 더 흔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젖소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칡소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기 전에 한반도의 소는 여러종이었습니다.

한우라면 일반적으로 황우만 한우라고 생각됩니다.

일제시대에 일본은 한반도의 우수한 한우 품종인 흑우를 150만두 이상 일본으로 수탈해갔습니다.

그 와중에 조선의 흑우를 일본의 흑우 품종으로 개량했다고도 합니다.

일제는 1938년 한우 심사표준을 통해 '한우(조선우)의 모색을 적색으로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모색을 통일합니다.

이에 따라 황우를 제외한 다양한 모색의 한우 품종이 강제 도태되었습니다.

1399년 발간된 우의방 (牛醫方)에 기록된 ‘상우형상 및 모색론’에 의하면 소의 모색은 피모가 

누런 황우(黃牛) - 황소

검은 흑우(黑牛) - 흑소

얼룩의 리우(离牛) - 얼룩소

흰색의 백우(白牛) - 흰소

검푸른 청우(靑牛) - 검푸른소

사슴같은 녹반우(鹿斑牛) - 점박이소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갈색백반우 흑색백반우 등의 얼룩소 등도 존재했습니다.

요지는 칡소라는 이름은 후대에 붙여진 별명 같은 것으로 과거에는 호랑이 무늬같다고 해서 호반우라고 불리거나 리우 혹은 그냥 얼룩소의 범주에 들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박목월의 얼룩송아지가 호반우인지 갈색백반우인지 흑색백반우인지 아니면 녹반우인지 알 길은 없습니다.

정지용의 향수 라는 시의 '얼룩배기 황소' 역시 칡소라고 주장을 하지만, 칡소라는 증거일 수는 없습니다.

그냥 말 그대로 얼룩배기 황소 즉 갈색 백반우일 가능성도 큽니다.

이중섭의 황소 그림에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고 역시 칡소라고 주장하는 글들이 많지만 그 역시도 칡소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중섭의 황소 그림은 그냥 화풍이 그러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유명해지고 있는 칡소....

우리땅의 고유종의 유전자를 복원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검증되고 밝히고 쫓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20여년간 숭실대 소리공학과의 배모교수에게 당해 온 것처럼 맹목적으로 다른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쫓아가는 우매한 신세가 될 것 같습니다.

제주 흑우의 복원은 실록과 기록에 숱하게 남아 있었기에 어느정도 믿음을 갖지만, 울릉도 칡소라는 생소한 브랜드는 근거가 빈약하기 이를데가 없습니다.

칡소의 근거라고 주장되었던, 이중섭의 그림, 정지용의 향수라는 시, 박목월의 얼룩송아지 그 무엇도 대놓고 칡소라고 한 적이 없는데, "얼룩"이라는 말 한마디를 젖소가 아니니까 "칡소"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휘둘릴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심지어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 등장하는 ‘얼룩소’도 칡소라고 까지 한다죠?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칡소가 한우의 한 종이라면 칡소끼리 교배하면 칡소만 태어나야 할텐데, 칡소의 교배에서 황우와 흑우가 태어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칡소는 황우와 흑우의 자연교배로 태어난 무늬일 뿐 그 다양한 얼룩무늬중에 유독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호반우를 가진 소들만 모아서 칡소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할 것입니다.

복원과 창조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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